스탠다드에이와 이야기하는
기준을 지키는 가구

2호

들어가며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비록 그 모양이 희미하거나 때때로 송두리째 흔들리더라도요.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선택을 뒷받침하는 제 나름의 기준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죠. 하지만 그것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끝끝내 지켜내기란 쉽지 않아요. 요즘같이 도처에 무수한 자극이 넘쳐나는 시대에는 더더욱이요. 우리는 어떤 삶의 모양을 ‘기준’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을까요?

『안팎』 2호에서는 ‘Standard, For a Stable Life’라는 문장과 함께 자신들만의 가구를 만들어가는 스탠다드에이와 ‘기준’의 안팎을 나눕니다.

스탠다드에이

스탠다드에이는 ‘기준을 지키는 디자인’을 원칙으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생활용 목재 가구를 만드는 가구 디자인 스튜디오다.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에서 만난 두 명의 목수 류윤하, 김승일이 설립하고 이후 안민규, 이학준, 채지원이 합류했으며 현재 김승일은 계열사인 일목소라는 제재소를 운영하고 있다. 2012년 작은 공방에서 시작해 하드우드 목재를 베이스로 한 작업을 꾸준히 그리고 진득하게 이어오고 있는 스탠다드에이는 현재 마포구 서교동, 경기도 파주에 각각 쇼룸과 제작소를 두고 있다. ‘Standard is not normal’이라는 모토를 중심으로 한 자체 컬렉션비스포크 주문 제작 가구는 특유의 섬세한 디자인과 정제된 미감, 안정적인 내구성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목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는 ‘우아한형제들 HQ’, ‘주한프랑스대사관 김중업관 복원 프로젝트’, ‘원불교 원남교당’, ‘오설록 티하우스 한남’ 등이 있으며, ‘취미생활’, ‘Log’ 등의 프로젝트로 브랜드 스토리를 쌓아오고 있다.

하이퍼링크

반갑습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저희 대화에 어울릴 배경 음악으로는 뭐가 좋을까요?

「Autumn Leaves」란 곡을 고를게요. 이유를 덧붙이자면, 흔히 말하는 ‘재즈 스탠다드’(Jazz Standard, 꾸준히 새로운 연주자들에 의해 플레이되고 변주되어 사랑받는 곡)라 불리는 카테고리에 속한 곡이라서인데요. 클래식한 리듬(소재)에 대한 존경, 이를 재해석하려는 노력이 나무라는 주 소재를 바탕으로 가구를 만드는 스탠다드에이의 고민과 같은 결을 지녔다고 생각합니다.

스탠다드에이의 가구들과 퍽 잘 어울리는 선곡이에요. 아무쪼록 『안팎』의 대화에 초대되신 걸 환영합니다. 각자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소개해주시겠어요?

류윤하(이하 ‘류’): 스탠다드에이 대표 류윤하라고 합니다. 같이 일하는 친구들 중에 오늘 제가 시간이 돼서 참여하게 됐어요.

채지원(이하 ‘채’): 연구실 실장 채지원입니다. 5축 CNC를 위주로 4축, 3축 등 소프트웨어로 러닝하는 기계를 다루고 있어요. 7~8년가량 제작에 직접 참여하다가 파주로 이전하면서 설계 및 기술적 부분을 주로 맡고 있습니다.

최혜진(이하 ‘최’): 브랜드팀 팀장 최혜진입니다. 주로 브랜드를 대표해서 소비자에게 맞닿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새로운 아이템을 기획하고 제안하기도 하고요.

2호의 첫 번째 공식 질문이자, 가장 궁금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스탠다드에이가 말하는 가장 ‘정직한’ 가구란 무엇인가요? 구성원 각자가 생각하는 관점도 조금씩 다를 것 같아요.

류: 사실 ‘정직한’이라는 문구는 저희가 처음 브랜드 이름을 정할 때 고민했던 부분이에요. ‘기준’이라는 의미로 스탠다드라는 단어를 쓰고 싶은데, 한글로 표기하자니 입에 딱 붙지 않았거든요. 스탠다드에이가 만들어진 10여 년 전쯤엔 DIY 가구가 한창 붐일 때였고, MDF를 사용한 힙한 가구들도 많았어요. 그래서 ‘좀 더 단단하고 잘 만들어진 가구를 ‘기준’으로 삼았으면 좋겠는데, 그걸 어떻게 설명하지?’ 이런 고민을 하다가 ‘정직함’으로 번역을 하게 된 거예요. ‘우리가 정직하다.’보다는 ‘좀 더 기준을 잘 지키고 있다.’ 정도의 느낌이었죠. 지금은 그 기준이 어느 정도 안착된 것 같아요. 잘 만드는 팀들도 훨씬 늘었고. 요즘은 그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고, 스탠다드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어요.

최: 저는 ‘군더더기 없음’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만든 디자인은 아주 작은 요소까지도 다 이유가 있고 설명이 되죠. 가격도 마찬가지예요. 거품이나 군더더기가 없는 것이 ‘정직한 스탠다드’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스탠다드에이라는 브랜드를 아우르는 하나의 뜻인 것 같아요.

스탠다드에이에서 정의한 스탠다드는 ‘Standard is not normal’로 표현되기도 했죠. 이 모토를 정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류: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스탠다드’를 ‘정직함’으로 번역하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좀 더 정확한 단어를 찾던 중에 스탠다드에이의 가구가 하나의 시작점이자 나침반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그것을 설명하기는 어려우니 ‘스탠다드는 보통의 것은 아니다.’라는 문구를 잡은 거죠.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던 오해가 ‘스탠다드 = 보통’이라는 인식이었거든요. 스탠다드는 시작점이지, 어디에나 흔한 보통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창작자는 종종 제작물에서 자신과 닮은 아웃풋을 만들어내곤 해요. 각자 본인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가구가 있나요?

채: 저는 이 질문이 제일 어려웠어요. 가장 저를 생각하게 하는 질문이었는데, 중요한 건 답을 못 내렸어요. 굳이 말하자면 셰이커(shaker) 가구 쪽을 닮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실용적이면서도 검소하고, 또 간결하게 이어진다는 면에서요. 제 취향의 의자를 말한다면 찰스 앤드 레이 임스(Charles & Ray Eames)LCW 체어를 좋아해요. 스탠다드에이 제품 중에서는 스틸 라운드 테이블을 제일 좋아하고요. 저랑 닮은 가구는 아니지만요.

류: 저도 정말 어려운 질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스타일이 가장 나랑 닮았을지 생각했을 때 문득 떠오른 건 체어 2번이었어요. 제가 이 제품의 디자인을 처음 시작했을 때 콘셉트가 ‘큐브’였거든요. 네모 프레임 안에 넣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렇다고 불편하게 만들 수는 없으니 등받이와 좌판에 곡선이 들어가고, 곡선을 받쳐주기 위해 프레임의 수정이 들어가고. 이런 과정 속에서 저랑 이 의자가 닮아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도 제 스스로를 딱딱하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그렇지만 불편하지는 않은 정도의 느낌으로 말이죠.

최: 사실 저는 하나하나 애정 없는 애들이 없어요. 각각의 장점도 과정도 다 다르니까요. 그래서 오히려 넓은 차원에서 보면 ‘나무’라는 소재가 저를 닮았다고 생각해요. 그냥 개인적인 건데, 저는 살면서 후회하는 일이 사실 딱히 없거든요. 안 좋은 경험조차도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근데 원목도 굳이 벗겨내지 않으면 그런 트레이스, 즉 흔적이 다 남아 있는 소재거든요. 그래서 조금 더 곁에 두려고 하는 것 같아요. 좋아하기도 하고요.

디자인을 하다 보면 최대한 취향을 걷어내고 만들려고 해도, 어떻게든 ‘나’라는 개인의 흔적이 남게 되더라고요. 디폴트값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말이에요.

류: 저희도 같은 고민을 엄청 많이 해요. 작업을 하다 보면 디자인에 취향을 넣고 싶을 때가 많거든요. 근데 사실 그렇게 되면 전체 흐름이 깨져버리죠. ‘스탠다드에이’가 가지는 선은 확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을 넘어가는 것들은 제 개인의 취향이어도 좀 버리는 편이에요.

최: 근데 또 재밌는 건 맞춤 제작을 하거나, 하나의 제품을 누군가 메인으로 끌고 나갔을 때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구에서 담당 실장님들이 보여요. 어떤 분이 디자인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죠. 예를 들어 윤하 실장님이 말씀하신 2번 체어나 혹은 02번이라는 넘버가 붙은 가구들은 형태가 각지고 절제되어 있는데 그 안에 살짝 곡선을 숨기고 있다든지 하는 식이에요. 그런 면에서 평소 어투나 성격이 묻어나요. 반면 스틸 라운드 테이블은 민규 실장님이 주로 리드하셨는데 평소에 조금 엉뚱하신 면이 있거든요. 원목과 스틸 소재의 만남 자체도 어딘지 엉뚱한 상상 같은 면이 있죠. 05번 라인의 경우는 선이 여성스럽고 유려한데 실제로 해당 라인을 담당하신 학준 실장님이 굉장히 섬세하신 분이에요. 개인의 취향을 많이 걷어내긴 하지만 각자의 성향이 조금은 보이는 거죠.

하나의 결과물을 위해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어려운 일 같아요. 스탠다드 팀은 하나의 가구를 위해 어떤 소통 과정을 거치나요?

류: 사실 디자인과 브랜딩은 제가 주로 디렉팅 하다 보니까 여러 곳에서 이야기를 듣고 정리한 다음에 다시 피드백을 주는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어요. 소통이 제일 어려운 부분이긴 하죠. 굉장히 많은 싸움을 합니다. 각자 자기만의 싸움을 할 테지만, 여러 사람과 소통하는 저는 정말 많은 싸움을 해요. 근데 사실 대화라는 게 사람들이 서로 억하심정이 있지 않는 이상 좋은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 거거든요. 서로 의견이 다를 뿐이지 방향은 다 좋은 쪽을 향해 있어요. 그걸 잘 풀어주면 어떻게든 되긴 되더라고요. 서로 좋은 방향으로 가려 한다는 신뢰가 있으니까.

예컨대 같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노력한 과정에는 어떤 게 있었을까요?

류: 가장 근래에는 저희 제작소 이사 이슈가 있었죠. 원래 죽전에 있었는데 파주로 이사해야 했거든요. 공장을 옮기자! 하는 순간부터 엄청나게 많은 싸움들을 하게 돼요. 수없이 많은 장소가 있고, 각자의 사정도 주거지도 다 다르니까요. 그런데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을 생각했을 때 첫째, 공장이 커져야 한다. 둘째, 공장을 자동화시켜야 한다. 셋째, 그걸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찾아야 한다. 이런 커다란 방향에 한해서는 서로 싸우지 않는 거죠. 사실 제작소 이사가 직원들한테 정말 미안했던 일들 중 하나예요. 장소가 정해지기 전에는 어디가 좋을지 물어보고 다니기도 했고요. 그러다 파주로 정해진 다음에는 모두를 데리고 구경 왔어요. 여기가 가을에 길이 정말 예쁘거든요. 은행잎이 떨어지는 길을 일부러 차에서 내려 걸었어요. 은행나무를 보면서 한참 걷다 보니까 직원들이 ‘아, 여기 좀 먼데.’ 하다가 어느새 ‘여기 괜찮은 것 같아요.’가 된 거죠. 그러면 이제 바로 맛있는 거 먹이고. 그렇게 여러 물밑 작업들로 허락을 받았어요.

좋은 풍경과 맛있는 음식, 중요한 포인트죠.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브랜드로 볼륨을 키워나가기까지, 컬렉션이나 콘셉트에 대한 연구는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는 편인가요?

류: 저희가 처음 오픈할 때는 일본 브랜드들을 많이 살펴봤어요. 당시에 하드우드로 가구 하시는 분들이 한국에 몇 팀 없었거든요. 예를 들어 지금은 없어진 밀로드, 아직 활동하시는 아이네클라이네 같은 팀이 있었죠. 일본의 경우 트럭퍼니처할리우드버디 같은 팀이 있었고요. 그때 일본에는 하드우드 시장이 형성되고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한국도 곧 형성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오사카의 트럭퍼니처도 가보고, 한국에도 그런 브랜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어떻게 만들지? 일단 시작하자!’ 시작은 그렇게 된 거죠. 영감이라기보다 스탠다드에이라는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기폭제가 됐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럼 시작하고 판매가 이뤄진 시점은요?

류: 한 3년 차쯤 되니까 구매하시는 분이 생기더라고요. 처음엔 아무도 안 사요. 특히 가구는 10만 원, 20만 원도 아니고, 100만 원대의 금액을 투자해야 하니까 신뢰가 없으면 사지 않죠. 그래서 처음에 제일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 ‘어떻게 신뢰를 주지?’였어요. 다른 공방과 어떤 차이점을 보여줘야 신뢰가 생길까에 대한 고민을 제일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것에 대한 답이 사람을 보여주는 것, 우리를 드러내는 회사였습니다. 예컨대 디자인 회사는 디자인을 보여주고, 제조 회사는 결과물을 보여주잖아요. 근데 저희는 디자인 회사이기도 하고, 제조 회사이기도 하니 제작자인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자고 생각한 거죠. 우리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그것에 공감해 주는 사람들에게서 신뢰를 얻자. 그런 생각으로 블로그부터 시작해서 아카이빙을 잘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 아카이빙의 결과가 지금 스탠다드에이의 ‘취미생활’이나 ‘Log’같은 프로젝트들로 쌓여가는 거죠. 이런 기록이 쌓이면 다른 디자이너들에겐 ‘쟤네는 재미있는 팀이야.’라는 인식을 주고, 소비자가 봤을 때도 ‘오, 계속 활동을 하네? 그럼 내가 나중에 A/S를 맡겨도 문제가 없겠지?’라는 신뢰감을 준다고 생각했어요. 생각보다 ‘신뢰감’이라는 게 되게 크거든요. 스탠다드에이 3년 차에 할머니 한 분이 찾아오셨어요. 한참 구경을 하시더니 “내가 홍대 (당시 스탠다드에이 쇼룸이 있던) 바닥에서 생겼다 없어진 가구점을 수도 없이 봤어. 너네가 오래 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사? 10년 뒤에도 A/S 해줄 거야?”라는 말을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말이 되게 충격적이었거든요.

맙소사, 그렇게 직접적으로요?

류: 네, 그럼요. 홍대에 오래 사셨으니까 놀러 오셔서 그런 얘기를 하신 거죠. 저는 그걸 다이렉트로 들었을 때 충격적이면서도 ‘아, 저 사람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나는 평생 이 가격에 가구를 팔지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되게 인상 깊은 분이었던 거죠. 그래서 사실 회사의 볼륨을 키워나간다기보다는 회사의 ‘신뢰’를 키워나가는 걸 좀 더 우선시했던 것 같아요. 신뢰를 키워야 그 바탕으로 볼륨이 같이 커진다고 생각했거든요.

볼륨이 커지면서 생기는 고민 같은 것도 있을까요?

류: 정말 많죠. 인건비나 부대 비용도 많이 올라가고요. 더 많이 팔아야 인건비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에 기본 유지가 쉽지 않아요. 저희는 구독 서비스도 아니고 제품이기 때문에 매달 판매량에 따른 타격이 되게 큰 편이에요. 특히 코로나 같은 변수가 생기면 버티기가 정말 어렵죠. 그래서 사실 목공방은 되게 큰 규모이거나, 소규모 공방이거나 둘 중 하나예요. 애매한 사이즈의 공방들은 더 버티기가 힘들거든요. 들어가는 돈 대비 나오는 돈, 이 볼륨이 계단식으로 될 수밖에 없고, 볼륨이 한 칸씩 커질 때마다 회사는 굉장히 힘든 점프를 해야 해요.

현실적인 이야기군요. 이번엔 작업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하나의 결과물을 만드는 데 적절한 고민의 시간이 있다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세요?

채: 글쎄요. 대중없다고 보는데요. 스케일이나 디테일에 따라서 다 다른 것 같아요. 간단한 테이블을 디자인하는 거라면 짧게 걸릴 거고. 다만 대부분 자기 스스로 만족할 만한 시간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아, 이제는 뭔가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전까지는 뭔가 계속 고쳐도 보고, 드로잉하고, 샘플링 해보는 지난한 시간이 필요한 거죠. 한편, 그 프로젝트를 리드하는 사람이 만족할 만한 시간도 필요하죠. 저는 주로 제작을 구현하는 쪽이기 때문에 리드하는 사람의 만족도도 중요해요.

류: 사실 디자인하는 사람이 “여기만 이렇게 바꿔주세요.”라고 하면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그 ‘여기만’을 위해 굉장히 많은 부분을 바꿔야 해요. 2D도 마찬가지죠. 상대가 이거 1센티미터만 옮겨달라고 하면, 그 1센티미터를 옮기기 위해서 그것과 연관된 모든 요소를 다 옮겨야 하잖아요. 가구의 경우 “의자의 좌판이 좀 낮았으면 좋겠어요.”라고 하면 이때까지 깎아놓은 모든 그래픽 파일을 다 다시 풀어서 옮겨야 돼요. 그게 되게 험난한 과정이거든요. 그래서 디자이너와 제작자의 합이 중요하죠. 반면에 디자이너의 고충도 있어요. 예컨대 2D를 3D로 옮기는 과정에서 가구에 대한 디자이너의 이해도가 달라지죠. 도면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입체로 만들고 나면 ‘어? 내가 생각한 것과 이 부분이 좀 다른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추가로 이런저런 부분을 제안하고 다듬다가 어느 선에서 절충안을 찾곤 합니다. 절충하지 않으면 끝없이 고민하게 돼요.

최근의 경험을 들어보자면요?

류: 7번 체어가 그랬어요. 여태까지 한 거랑 좀 달랐거든요. 다른 디자인은 대부분 도면을 다 쳐서 제작할 수 있게끔 요청을 드리는데, 7번은 형태가 매우 유기적이라서 캐드 도면으로는 도저히 그걸 설명할 수가 없었어요. 팔걸이부터 시작해서 내부 구조 자체가 매우 복잡한 구조였죠. 그래서 일단 이해만 가능한 수준으로 도면을 만들어서 그걸 보고 같이 대화하면서 풀어나갔어요. 제작자인 지원 실장님과의 합이 잘 맞은 거죠.

7번 체어는 팔걸이가 유독 눈에 띄어요. 이런 형태가 나오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채: 그 팔걸이에는 사연이 좀 있어요. 각 실장님 니즈의 총집합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전에 제품화되지 못한 의자들의 장점을 모은 것이기도 하고요. 7번 체어 팔걸이 위치가 생각보다 낮거든요. 가죽 등받이 높이 때문에 팔걸이 위치를 필연적으로 조정해야 했어요. 그런데 팔걸이 전체를 완전히 낮출 수는 없으니까 끝부분을 살짝 휜 거예요.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독특한 형태가 된 거죠. 사람들은 “힘 좀 줬네.”라고 말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러면 팔걸이 형태를 희생하면서까지 고수했던 게 등받이란 이야기가 되겠네요. 등받이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요?

류: 사실 7번 체어는 등받이가 높아지면 모든 게 해결되는 문제였어요. 팔걸이가 올라가고, 등받이도 같이 올라가면 되는 건데, 그렇게 되면 디자인적으로 하부 공간이 많이 떠서 약간 목이 긴 사람 같은 느낌이랄까요? 의자는 각 요소 간의 비례감도 굉장히 중요해요. 그 비례감이 편안함과도 연결됩니다. 전체적으로 높게 만들 경우 사람이 앉았을 때 오히려 더 불편하죠. 등받이라면 6번 체어도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저는 의자에 앉을 때 등받이에 양팔을 걸치는 걸 좋아하거든요. 팔을 뒤로 걸치기 딱 좋은 높이로 만든 게 6번 체어예요.

가구를 제작하는 데 가장 좋아하는 도구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채: 저는 버니어 캘리퍼스요. 치수에 약간 집착 아닌 집착이 있거든요. 기계를 다루고 있어서 그런지 1밀리미터의 오차도 저한텐 엄청나게 큰 오차예요. 일반 줄자로는 부정확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는 그 친구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류: 저도 이 질문을 보고 처음엔 ‘뭐지? 버니어인가?’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답을 낸 게 연필이었어요. 저는 이제 브랜딩이나 미팅 위주의 업무를 보느라 제작에서 좀 멀어졌거든요. 손님한테 나가는 가구를 제작하지 않은지는 거의 3년쯤 됐네요. 그러다 보니까 뭐랄까, 결국 결과물을 나오게 하기 위해서 제일 많이 쓰는 도구는 연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자인도 연필로 그려서 작업하고요. 가끔 드로잉으로 보기에 괜찮아서 막상 3D로 옮겨보면 엉망인 것도 많아요. 100개 이상 그려야 하나 나올까 말까죠.

최: 전 제작자는 아니지만, 제작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버릇하다 보니까 ‘이 장면 좀 멋있는데?’하는 순간이 있어요. 작업자 친구들이 자기 몸집보다 큰 가구를 클램프로 고정하는 순간인데요. 자세가 역동적이기도 하고, 체스트나 다리를 고정할 때 몸을 활 쏘듯이 하는 게 제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이기도 해요.

새로운 가구를 만들 때 우선순위로 두는 기준을 두세 가지 키워드로 추려볼 수 있을까요?

류: 완성도와 난이도라는 단어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완성도를 높이면 난이도가 높아지거든요. 그렇다고 무작정 완성도를 높여버리면 계속 만들어낼 수가 없어요. 어느 정도 선에서 컷하지 않으면 만들기가 너무 어려워서 결국 이걸 팔 수 없는 상태가 돼버려요. 쉽게 말하면 제품에서 작품으로 넘어가는 거죠. 저희 브랜드 내규 중에는 이런 말도 있어요.

우리의 제품은 ‘잘 만들어짐’을 원칙으로 하지만 장인 정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저희는 장인 정신을 추구하지는 않아요. ‘짜맞춤도 안 하면서 가구라고?’라는 태도로 모든 가구를 만들 수는 없어요. 단가도 너무 높아지고, 소비자한테 넘어갔을 때 몇 백만 원이 돼버릴 테니까요. 충분한 튼튼함을 갖되, 어느 정도의 선을 넘어갈 정도로 고난이도 제품을 만들지는 말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디자인을 하면서도 난이도를 계속 고민합니다.

채: 저의 경우는 안정성과 편안함이요. 일상생활에서 쓰는 거니까 이걸 사용하는 사람이 다치지 않고, 중력에도 안정적으로 잘 서 있는 튼튼함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제작할 때 디자인상으로 얆은 선이더라도 튼튼하게 만들려고 노력해요. 내부에 촉이 하나 들어가는 걸 두 개 넣는 식으로 변형하기도 하고요. 인간이 사용하는 물건이기 때문에 인간 공학에 맞춰야 한다는 제 스스로의 기준이 있어요. 어떤 요소는 손이 닿는 위치에 있어야 하고, 허리 부분은 지지를 해줘야 하고. 뭐 그런 거요.

스탠다드에이라는 브랜드와 ‘나’라는 개인의 삶은 어떤 영향을 주고받나요?

류: 사실 저는 이 브랜드의 파운더니까, 저라는 사람의 좋은 점을 잘 긁어모아서 이미지화하면 스탠다드에이가 된다고 생각해요. 저의 나쁜 점들은 제가 알고 있으니까 스스로 거르고, 제가 좋아하는 선(線)과 미(美)를 잘 다듬어서 만든 브랜드가 곧 스탠다드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실 영향을 주고받는다기보다 계속 제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끌고 나가는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은 어떠세요?

채: 이것도 좀 어려운 질문이에요. 다만 ‘Standard is not normal’이라는 기조를 볼 때 가끔 반성하게 되기는 합니다. ‘나는 기준 이상의 삶을 살고 있는가? 좀 더 잘 살아야겠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같아요.

최: 저는 이 포스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희가 예전에 만든 문구 중에 ‘Standard, For a Stable Life’라는 말이 있거든요. 있는 그대로 번역하면 ‘안정적인 삶을 위한 기준’ 정도가 되겠네요. 스탠다드에이에서 말하는 ‘스테이블한’ 가구는 기본적으로 견고하고, 튼튼하고, 누군가의 삶 한편을 단단하게 지지해 주는 아이템인 것 같아요. 하루의 시작과 마감을 함께하기도 하고요. 그런 면에서 저는 이 브랜드를 통해 연결되어 있는 모든 사람이 밥도 잘 챙겨 먹었으면 좋겠고, 건강한 태도로 일을 했으면 좋겠고, 각자 자신의 삶에 애착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은 기본적인 것이기도 하잖아요. 그걸 잘 지키는 삶을 살아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우리 가구가 어떤 삶으로 침투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고, 우리가 바라는 삶의 모습으로 저도 살아보려고 하는 거죠. 개인적으로 최근의 가장 큰 관심사는 제철 재료를 활용한 요리법이에요. 계절에 알맞은 음식을 먹으면 더 힘이 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렇게 혼자라도 정성 들여 차려 먹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나 하나 먹여 살리는 일에 점점 진심이 되어가는 듯해요.

어딘지 마음을 울리는 말이네요. 이어서 최근에 진행한 프로젝트 이야기도 해볼까요? 주한 프랑스 대사관 김중업관 복원 프로젝트가 인상 깊었어요. 핸드레일, 그러니까 난간 부분을 작업하셨는데 이번 프로젝트에서 특별히 집중한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채: 사실 주한 프랑스 대사관 김중업관 복원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복원 프로젝트라 ‘재현’하는 데 가장 충실했던 것 같아요. 이미 과거 사진이나 설계 도면도 있었고요. 다만 디테일하게 설계를 풀어내는 과정도 그렇고, 실시 설계부터 제작 설치까지 다 맡아서 진행한 거라 모든 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류: 사실 건축가나 가구를 만드는 분들, 제작 관련 일을 해보신 분들은 “이게 돼?”라고 하는 프로젝트였어요. 저희도 매스스터디스의 요청을 세 번인가 못 한다고 거절했거든요. 그런데 세 번째 요청에서 스탠다드에이가 나무로 안 해주면 그 부분을 금속으로 작업할 수밖에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속으로 제가 ‘그건 내가 싫은데….’가 된 거죠. 결국 제안을 받아들이고 나서도 제작을 맡은 지원 실장님한테 되게 미안했어요.

최: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윤하 실장님이 하신 표현에 공감해요. “우리에겐 적당히를 모르는 CNC 마스터가 있다.” 지원 실장님을 두고 한 말이었죠.

일단 형태부터 범상치 않은데요?

류: 일단 말도 안 되게 꼬여 있는 구조를 3D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또 현장에서 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이 맞아 들어가야 했어요. 건축 공차랑 다르게 저희는 1밀리미터의 공차와도 싸워야 하거든요. 결국엔 난간 안에 들어가는 스틸이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까지 가이드라인을 다 만들고, 3D로 그것을 완벽하게 만든 다음에 현장에서 “이 자리에 각 파이프를 세워주세요.”라고 하면서 작업했어요. 과거에는 인건비가 굉장히 낮았으니까 커다란 덩어리 나무를 붙여놓고 다 직접 손으로 깎은 거예요. 근데 지금은 그렇게 하기가 매우 어렵죠. 퀄리티를 균일하게 맞추기도 어렵고요. 그 시절에는 대칭이 안 맞아도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가는 거예요. 근데 저희는 그렇게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3D로 모두 정교하게 깎고 현장에서 받아서 각 부분을 세밀하게 맞춘 거예요. 말도 안 되게 힘들었죠. 울어도 될 정도였어요.

최: 저희끼리는 지원 실장님 동상이라도 세워야 한다고 농담하기도 했어요. 일례로 건축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되다 보니까 저희가 난간을 만들어놓고 설치는 못 하는 시간이 길어진 적이 있었어요. 텀이 생각보다 더 길어진 거죠. 근데 마침 겨울이라 건조해서 나무가 수축될 가능성이 있었고, 그렇게 되면 오차에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때 실장님이 작업실 마감 후에 가습기로 나무를 촉촉하게 유지하고 밤새 관리하는… 그런 지난한 과정들도 있었죠.

작업 기간은 얼마나 걸리셨나요?

채: 협의 및 디자인 수정 등 설계가 3개월, 제작이 3개월. 해서 꼬박 6개월이 걸렸네요.

공식적으로는 마지막 질문이에요. 스탠다드에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고민하는 지점이 있나요?

류: ‘지속 가능성’이라는 말이 요즘 많이 쓰이긴 하지만, 가장 어려운 단어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쉽게 말하면 ‘얼마나 버틸 것인가’하는 이야기겠지요. 내부적으로는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일터에서 얼마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하고,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손님들이 우리 제품을 얼마나 오랫동안 사용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하고요. 이런 복합적인 것들을 ‘얼마나 오래 끌고 갈 수 있는가’가 지속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이 모든 것이 결국 ‘사람’으로 풀어내야 하는 것이라고 봐요. 내부 구성원들이 만족해야 그것이 작업물에 담기고, 결국은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결과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취미생활’이나 ‘로그’ 등으로 ‘사람’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풀어내는 거군요.

류: 맞아요. 저희가 계속하고 있는 일이죠. 고객과 신뢰를 쌓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고요. 잘 만든 제품, 잘 만들고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브랜드를 오래 끌고 나갈 수 있는 힘이라고 믿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한국의 가구 브랜드 뭐가 있어?’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한국에는 스탠다드에이가 있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독일의 E15, 덴마크의 프리츠 한센처럼요. 그런 지향점을 향해 다 같이 달려가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반복되는 주문 작업과 지루한 업무 속에서 디자이너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자’ 시작한 취미생활 프로젝트는 구성원의 무엇을 지켜주고 있나요?

류: 취미생활은 구성원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예요. 제조업이라는 게 매일 똑같은 걸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지치거든요. ‘난 내 거 하고 싶어서 선택한 직업인데.’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작은 소품을 만드는 즐거운 놀이 같은 걸 해보자고 시작한 거예요. 그렇게 시작한 첫 번째 취미생활 프로젝트가 ‘아, 선데이 모-닝’이었습니다. ‘셰프와 함께 일요일 아침에 밥을 해먹자. 셰프는 요리를 하고, 우리는 요리가 담길 접시나 도구를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 한 거죠.

와, 재밌겠는데요?

류: ‘재밌겠다’라는 마음이 중요해요. ‘재밌겠다, 해보자!’ 이런 마음이요. 결국은 구성원들의 자존감과 만족도를 높여줘야 좋은 제품이 나와요. 사람이 힘들면 좋은 작업물이 나올 수가 없어요. 말이 안 돼요. 내가 힘든데 아무리 잘 만들려고 해봤자 소용없죠.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만드는 것에는 그 사람의 감정이 녹아들 수밖에 없어요. 또 한편으로는 취미생활 프로젝트로 스스로 상상한 것을 직접 결과물까지 이어서 만들어내니까 구성원들의 반응이 더 좋았던 것 같고요.

취미생활 기록을 보다 보면 스탠다드에이는 정말 ‘만드는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새삼스럽지만요. 그나저나 이 재치 있는 글들은 어느 분의 작업일까요?

최: 제가 담당하고 있어요. 사실 취미생활 프로젝트도 저한테는 일이거든요. 저에겐 그 순간을 포착하고 전달해야 하는 임무가 있으니까요. 대신 취미생활 프로젝트에서만큼은 글로 스트레스를 푸는 경향도 있어요. 정돈된 어투 말고, ‘드랍 더 비트’같은 느낌으로요. 제가 재밌다고 느끼면 신기하게도 함께 재밌게 봐주시더라고요. 말씀하신 ‘만드는 사람들’이 정말 맞는 말인 게, 퇴근하고 다 같이 밥 먹고 카페를 갈 때가 있거든요. 근데 카페에 놓인 가구가 나무로 되어 있다? 그러면 백이면 백 무조건 하나같이 테이블이며 의자 등, 공간을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어요. 그런 모습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진짜 내가 궁금해서 하는 거잖아요. 최근에는 이런 일화도 있었어요. 다 함께 카페를 갔는데 갑자기 손 뼘 길이 이야기가 나온 거죠. ‘나는 20센티미터네, 나는 25센티미터네….’ 하는 이야기로 1시간을 떠들더라고요. 사실 이게 조금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게 뭐하는 건가?’ 싶고 웃긴데, 막상 그 안에서 떠들고 놀다 보면 너무 재밌고 그렇거든요. 제가 정말 재밌어하고 애정을 가지고 있고 그런 마음이 글에서도 묻어나는 것 같아요.

정말 마지막 질문이에요. 취미생활 프로젝트의 기록들을 남기고 편집하면서 어떤 생각을 주로 하세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도 궁금해요.

최: 사실 브랜드팀에 있으면서 처음에는 ‘스탠다드에이라는 브랜드를 외부에 알리기 위한 팀’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녀 보니 내부에도 스탠다드에이의 이야기를 알려야 하는 중간 지점을 맡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 친구들과 대화하고 가만히 지켜보다 보니 애정이 생기게 된 것 같아요. 단순히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제작 과정을 담고자 했으면 이만큼의 자료를 지속적으로 모으지는 못했을 거예요. 가령 이런 거죠. 파주 제작소는 사방이 탁 트인 환경이라 아침저녁으로 해 뜨고 지는 게 잘 보이거든요. 저녁에 퇴근할 때쯤 되면 제작소에서 이삼 분 거리에 있는 휴게실로 한 명씩 터덜터덜 걸어오는데, 그 뒤로 노을이 지고 있으면 그 순간 자체가 너무 멋져요. 늘 사진으로 담고 싶은 순간 중 하나예요. 매일 똑같은 풍경인데도 다들 창가에 쪼르르 서서 그 모습을 찍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가 좋아하는 어떤 지점이 서로 맞닿아 있다는 것, 같은 공간에서 팀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되게 와닿아서 혼자 뭉클해요. 아까 친구들이 클램프 작업할 때 멋있다고 했지만, 그 친구니까 멋있어 보이는 장면이기도 한 거죠. 그런 애정 어린 마음을 가지고 작업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던 오해가 ‘스탠다드 = 보통’이라는 인식이었거든요. 스탠다드는 시작점이지, 어디에나 흔한 보통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안팎』 2호
스탠다드에이와 이야기하는 기준을 지키는 가구
https://anpakk.kr/conversations/2

  • 안: 김하영, 박푸름, 한누리
  • 팎: 스탠다드에이
  • 글자색: indigo
  • 배경색: oldlace
  • 발행일: 2023년 8월 28일
  • 최종 수정일: 2023년 11월 6일
  • 발행처: 안그라픽스